Saturday, August 1, 2015

Farewell: Year 2

Year 2
4 – 학교가 좁아도 한참은 좁은 것 같더라. 적어도 몇 백 명은 있는 학교인데 그렇게나 자주 마주치게 되고 새롭게 짜인 동아리 소그룹도 다시 같은 조가 되어버린 건 우연인지 악연인지. 하지만 어딘가 새롭게 만나는 기분이었어. 너의 마음이 활짝 열린 것 같았지. 연락은 자연스럽게 더 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훨씬 더 친해지는 걸 느꼈어. 핸드폰을 하루에 몇 번은 들여다봤는지. 그 날 그렇게 오래 너와 함께 걸으며 이야기 할 줄 알았다면 신발이라도 갈아 신을 걸 그랬었나 봐. 어두운 골목길 사이사이에서도 달빛에 비친 너의 모습이 좋아 발 아픈 줄도 몰랐었나 봐. 네가 사는 곳이 신월동이라 했었나? 새로울 신, 달 월 해서 달빛아래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인연이라 생각해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더라. 이런 것까지 적어 놓으니 정말이지 너무 오그라든다.

5 – 넌 내가 그 때 다짐했던 것들을 알아주려나 모르겠다. 수많은 사람들이 너를 의심하고 있었어도 네가 내 눈을 바라보며 믿어달라고 한 그 말 한 마디에 다른 모든 이들의 편견을 무릅쓰고 너의 편이 되기로 한 그 마음을. 이제와 보면 참 별일이었어. 신천지로 의심 받을 건 또 뭐야?

이제는 정말 아름답게 연애를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하지만 날이 갈수록 내 마음은 무거워졌어.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너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듣고 품어주고 싶은 마음보단 그에 대해 성숙해야 할 나의 책임이 두려웠었지. 학업의 부담은 조금씩 목을 조여오는 듯 했고 결국 아침에는 후회를 했고 저녁에는 마냥 좋았고 이중인격자의 모습인 마냥 한결같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나도 싫었어. 그래서 며칠이 안 되어서 헤어지자고 한 거야. 그래도 불편한 사이가 되고 싶진 않았어. 매일 지나칠 수 있는 사이인데 매번 불편할 건 없자나? 근데 신기한 건 네가 잘 피했던 건지 너의 방학이 일찍 시작한 것인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다시 멀어져 같지.

7 – 학기가 왜 이렇게 끝나지 않는 건지. 남들 다 방학했는데 아직 이주나 더 남았었어. 안 그래도 머릿속은 복잡하게 엉클어져 있었는데 방학까지 오지 않아서 하루는 새벽 같이 일어나서 아무 생각 없이 밖으로 달려 나간 적이 있었어. 학교 근처에 정말 큰 신천지 교회가 하나 자리 잡고 있더라. 이단 교회를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라니. 뭔가 어색한 미소가 지어지네. 잘 지내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헤어진 뒤에 연락하는 건 금기라고 수없이 들어와서 연락을 못했어. 변명인가? 사실 내가 헤어지자고 했으니 할 말은 없었지.

9 - 게실염은 갑자기 왜 생긴 거야? 신경 쓰이게. 너 없이도 종종 학교 옥상에 올라가서 궁상맞게 멀리 내다보곤 했어. 혹시 널 또 마주치진 않을지. 하지만 늦은 시간 어두운 옥상에 여자 혼자 올라올 일은 없겠지?

11 – 귀띔이라도 해야 한 걸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누군가와 너무나도 빠르게 친해져 있었고 이제는 정말 연애라는 것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가득했다고. 너와 나의 사이는 이미 지났는데 이런 걸 얘기하는 게 무슨 의미일지도 고민해봤어. 결론은 뭐 아무 말 없이 각자 인생을 사는 걸로 단정 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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