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August 1, 2015

Farewell: Year 1

일기인 마냥 날짜를 적었지만 사실 그 때 그 때 쓴 글들은 아니야. 모든 일들이 지난 후에, 그 동안 가지고 있었던 감정들이 흩날려지기 전에, 글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에 내 생각들을 적어봤어. 네가 읽게 될 일은 없겠지만.

Year 1
3 – 너를 처음 본 건 학교가 시작하고 몇 주 뒤였을 거야. 한국의 봄은 정말 오랜만이었지. 시골이라 더욱 아름다웠던 걸까? 나무는 괜히 더 푸르러 보였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 공기는 더 맑았던 것 같아. 비록 기숙사는 엉망이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에 참으로 겸손했을 때였지. 길었던 유학생활 끝에 한국에 돌아와 수많은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 학교를 다닌 다는 것은 나름 어려운 일이었어. 외국에서는 한국 사람만 봐도 모두 한 가족 같았고 오랜 친구처럼 느껴졌는데 주변 모두가 한국 사람이었으니 이제는 누구와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막막했었어. 특히 수업 첫날에는 그 큰 강의실에 학생들이 가득했지만 괜히 혼자였던 것 같은 기분이었지. 이렇게나 아름다운 날들을 함께할 만한 사람 없던 그 때 너는 무슨 생각을 하며 지냈을까?

학교 한 가운데 있던 농구장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야. 왁스칠해진 매끈한 나무 바닥은 아니었고 가끔 주차장으로도 사용되던 지저분한 코트였지만 농구를 워낙 좋아했던 터라 혼자서 종종 농구를 했던 기억이 나. 그 덕분에 학교에서 농구를 하던 몇 친구들과 금세 친해지게 되었어. 그 친구들이 자연스레 동아리 모임에 나를 초대하였고 그곳에서 너를 만나게 되었던 거야.

발랄하면서도 수줍음이 많던 아이.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것 같으면서도 속마음은 꽁꽁 숨겨둔 채.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한 걸음 다가가려 할 때마다 너는 뒷걸음치는 걸 느꼈어. 그 때 너는 나에 대한 마음은 없다고 생각했고 나 역시 다시 다니기 시작한 대학이었던 만큼 학업의 부담이 많아서 그 이상 다가가고 싶지 않았어. 봄이 지날수록 학생으로서의 책임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렇게 서로의 바쁜 삶으로 각자 걸어갔었지.

8 – 방학을 하고 나선 바로 여행을 갔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지 학교를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더라. 여행을 갔던 나라에 시끄러운 일이 많았지만 나는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었나 봐. 큰 도시 가운데 조용하고 평안한 골목길의 매력에 빠져서 즐겁게 방학을 시작했을 거야 아마. 마음에 있는 사람에게는 여행 갔을 때 연락을 하고 싶다고 하던데. 내가 그 때 너 생각을 했었을까? 학기 중에 종종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겨주던 네가 아무래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았었나 봐. 여행 사진은 괜히 한 번 더 찍어서 간직했었거든. 보내지도 않을 거였으면서.

별 맛도 없던 편의점 아이스크림을 같이 사 먹던 것도 왜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학기가 끝나갈 무렵 방학 중에 영화 한편 보자고 약속한 걸 핑계로 용기 내어 연락했었는데 그 땐 네가 불편해 하던 걸 나는 눈치 채지 못했었나 봐. 그래서 영화 한 편 본 뒤로 연락이 없던 너를 이해하지 못했었지. 멀리서 온 너를 집에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는 생각이 가득했어. 돌아오는 길에 차는 또 왜 그리 막혔던 건지. 내가 무슨 실수를 했던 건지, 영화가 재미가 없었던 건지. 손이라도 확 잡을 걸 그랬나? 마음 확인이라도 해보는 게 좋았으려나? 밥은 뭘 먹었는지 영화는 뭘 봤는지 생각조차 나질 않는다. 그렇게 또 바람 불 듯 너는 지나갔었지. 너는 너대로의 만남들을 가지며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