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12, 2015

의사의 한 가지

언젠간 후배 의대생들에게 말 한마디를 전해줄 기회가 생긴다면 딱 한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의대생은 약 6년간 학교를 다니게 됩니다. 그 안에서 유급하고 휴학하며 조금 더 오래 다닐 분들도 계시지만 일단은 적어도 6년은 한 곳에서 공부를 하게 됩니다. 수능이라는 전쟁을 치르고 공부는 너무나도 질려있는 상태에서 다시 더 공부를 하자니 힘들다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특히나 이곳에서 내가 무얼하며 살고 있는 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실 걸 압니다. 그래서 일단 장차 다가 올 것들에 있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의사가 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먼저 크게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지금은 그냥 학생이지만 의사가 되면 사람들의 존경심을 받습니다. 질투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 함부로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에 합당한 의사로서의 자질을 기대하게 됩니다. 사람의 건강을 온전히 돌봐줄 수 있는 실력을 요구하게 됩니다. 

그런 실력은 학교에서 시키는 공부를 따라가기만 하면 어느 정도 얻어지는 것입니다. 강의 시간에 조금 더 힘내서 집중하고 시험 기간에 놀고 싶은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실습시간에는 열정으로 환자분들을 만나보며 국시를 위해 천천히 준비한다면 의대는 무사히 졸업할 것입니다. 

그래서 의대는 버티기만 하면 되는 곳입니다. 그 이후에 실력있는 의사가 되기 위해 전문의 과정도 밟는 다면 그만큼 더 전문적인 실력이 있는 의사가 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의사에게 바라는 것이 한가지 더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지금까지 모두 공통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죽음입니다. 몇 종교에서 믿는 사례들을 제외하곤 인간은 모두 죽었습니다. 그래서 사실 의사는 사람을 살린다기 보단 생명을 조금 연장시켜주는 것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스스로 알게 모르게 건강 이상의 것들까지 의사들에게 바랍니다. 바로 공감입니다. 공감을 넘어선 관심, 궁극적으로는 사랑을 원하고 있습니다. 죽음 앞에 무력한 인간으로서 이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아름다운 삶을 살았고 서로에게 기쁨이 되었다는 확인을 받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마음은 분명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습니다. 바로 이러한 부분들이 여러분이 스스로 노력해야하는 부분입니다. 사람을 배우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지겹게 느끼는 인문학 수업도 귀를 기울여 보고,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의 살아감을 배우며, 가족들과 친구들의 행동을 관찰해 보기도 하며 연애를 하고 봉사도 하며 악기나 운동도 즐겨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나보다 타인을 더 생각하며 살아가는 연습을 하시길 바랍니다. 

타인을 위한 삶. 그것이 의사로서 가장 필요한 한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