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5, 2018

그 겨울

창밖에는 외로운 조명 아래 눈이 내리고 있었다. 올겨울 처음 내리는 눈이었다. 겨울이 이미 깊어진 후에 내리는 늦은 눈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은 설렜고, 소식을 전하는 작은 새들처럼 SNS는 아름다운 눈 소식으로 도배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던 이별은 조용히 내리겠지만 반짝 지나가는 소식처럼 순식간에 퍼졌다 이윽고 새로운 일들로 묻힐 것이 눈앞에 선명했다. 하지만 그 아픔은 언제라도 꺼내어 볼 수 있을 사진 조각처럼 지워지지 않을 것을 알았다.

당장 자리를 일어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을 알았기에 못다 한 이야기들을 다급하게 꺼내듯 말은 빨라져 갔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듣고 있지 않았다. 내가 알던 그 생기 넘치던 사람은 이제는 죽어가는 나무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그나마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은 마른 가지처럼 앙상하게 내어밀고 있을 뿐이었다.

버릇처럼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던 그녀는 이번에는 목도리를 잡고 한올 한올 실을 풀어가고 있었다. 엉키고 섞여버린 이 관계를 그렇게 무심하게 풀고 있었다. 그녀가 헤어지길 원한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제일 가슴이 아팠던 것은 떠나려는 게 보이는데 잡을 방법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 밀려왔고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떨어지는 눈송이마다, 결국 조명 아래 아무것도 없는 시간이 다가온 후에 그녀는 그렇게 내 인생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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