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anuary 3, 2018

한강이 보이는 밤 하늘

달빛이 아름답게 비추이는 밤이었다. 집에선 밤 하늘이 꽤나 잘 보인다. 서울의 야경이 한강의 물결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온 그 여정에 대한 보상을 꽤나 해주는 편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새로 지은 아파트, 이름이 있는 외제차 그리고 삶의 여유. 그렇다고 자랑은 하지 않는다. 내가 이루었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그 마음조차도 어릴 때 받은 교육의 덕택이라 생각한다. 

내겐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 있었다. 다빈치와 같은 발명가가 되겠다거나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가 되겠다는 그런 장래희망보다는 멋진 아파트와 가족이 다 탈 수 있을 큰 차, 귀여움 넘치는 강아지, 깊은 신앙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이 가득한 남편이 되는 것이었다. 
그때는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너와 함께하면 안 되는 것만 같았다. 내 앞에 할 일들이 놓여 있었고 연애는 때가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시네마 천국'처럼, '라라랜드'처럼, 혹은 '사랑과 야망'의 한 편 같은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전혀 없었다. 그냥 나는 내가 가던 길을 계속 갔고 너도 잠시 머물다 너의 길로 걸어갔다. 

물론 그 후에도 적지 않은 인연들이 있었다. 하지만 너에 대한 생각이 가장 마음 깊은 곳까지 뿌리내렸다.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는지는 뻔히 알고 있다. 슬픈 것은 너의 마음도 어디에 있는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에게로 향해있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모든 것을 갖추었는데, 너는 그냥 들어와주기만, 마음을 열어 나와 함께 해주기만 하면 되는데, 결국 이것은 네가 원했던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 모든 것, 이 안락한 집이 오히려 씁쓸함을 상기시켜준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그저 함께 하는 것만을 원했던 너였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지만 늦은 게 아닐까 하면서도 아직 결혼 하지 않은 너이기에 괜한 미련을 붙잡고 살아가는 것 같다. 

달이 너무 밝게 비추어 별들이 보이지 않는 그런 밤이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