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October 20, 2019

시간을 함께

현대판 도심 유목민인 마냥 이동하면서 지낸 날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사실 글을 쓰는 이 시점에도 지금의 자리에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혼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여러 나라, 여러 동네에서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자라왔다. 특히나 생각보다 내성적인 성격에 소통보다는 관찰을 먼저 해왔고, 눈치를 보며 그 자리에 잘 스며들도록 노력을 부단히 해왔었다.

갈수록 적응하는 건 자연스러워졌고 오히려 그만큼의 발버둥도 줄어들었다. 여기나 저기나 다 사람 사는 곳이었고, 특히 모두가 달라도 공통되는 한 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시간이라는 공동 화폐.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생각하면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초침을 상상하곤 한다.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가기만 하는 매정한 존재. 멈추지 않는 흐름 속에 우리 모두가 함께 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건전지가 닳아 시계가 멈출 때 스치는 생각이 있다면, 나의 시계가 멈춰도 다른 시계들을 흐른다는 것. 결국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각자의 시간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100년을, 다른 사람은 10년을 살게 될 수 있고, 결국 제한된 생명 속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얼마가 있는지 모르면서 그냥 살아가고 있는,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는 화폐.

사실 거기에서 사랑을 잠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제한된 존재들이다. 유한함 속에 갇혀 살고 있기에, 지금의 이 시간들이 더 귀하다고 볼 수 있다. 얼마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귀한 시간을 당신과 함께, 당신을 위해 사용한다면, 결국 그건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눈에 보이지도, 손으로 만져지지도 않고, 점수를 매길 수 있거나 맞고 틀림의 문제도 아니겠지만, 결국 하나의 기준, 시간이라는 기준으로 서로 생명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서로의 언어, 표현, 감정의 전달과 생각의 공감은 다를 수 있다. 서로에게 정말 암적인 존재가 되어 해만 끼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 모든 것 역시도 결국은 나의 생명을 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을 위해, 나의 것을.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