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December 10, 2018

종로 거리를 따라

회사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바쁜 것이 감사할 뿐이다. 정신없이 오전 일과에 집중하였더니 마치 내 삶의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고요했다. 가만히 앉아서 점심을 먹는 것조차 마음의 짐이 될 것 같아서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한 손엔 달걀 샌드위치, 다른 손엔 핸드폰을 쥐고 가게를 나오는 순간 익숙한 노래가 들려왔다.

"내 일생의 사랑이여, 나에게 상처를 주다니요. 내 마음을 산산조각 내어놓고 이제는 떠나는 건가요." 머큐리 아저씨의 그 속삭임에 감정이 차오르고, 기억이 되살아나고, 눈물이 나려는 그 순간 이어폰이 귀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 순간 도시의 소음이, 상인의 외침이, 다른 모든 이들의 살아가는 소리가 내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가을의 끝자락이 바람과 함께 나를 이끌어 가는 듯하여 그 종로 거리로 발걸음을 떼어 나아갔다.

가로수 하나, 무거운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가로수 둘, 머리가 점차 비워지며,
가로수 셋,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드리웠다.

낙엽 하나에 추억 하나. 그렇게 계속 걷다 보니 기억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갔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그 나무를 보고 있자니 화려함은 없었지만 굳게 서있는 그런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가지들은 풍성함을 다시 입고 누군가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어줄 것을 알았다.

잠시만 쉬라는 이야기를 전해준 바람에게 감사함을 나누고 이윽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아직은 일이 바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퇴근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한가득인걸 보니 봄이 생각보다 빨리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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