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uly 18, 2015

3:30

새벽 세시 반. 사실 이 시간에 눈이 떠진 것은 아닙니다. 곧 있으면 방학이면서도 늘 아쉬운 주말을 더 깨어 있고 싶어서 두시쯤부터 떠진 눈을 아직도 치켜들고 있는 것입니다. 배의 허전함에 이끌려 냉장고로 가는데 역시나 서울의 야경은 멋진 것 같습니다. 빗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며 한양대의 불빛이 춤을 추는 것에 마음에 감사함이 절로 터져 나왔습니다. 무심코 부모님께서 주무시는 방을 들여다보니 참 하나님께서 이 가정에 너무나도 많은 축복을 주심을 느꼈습니다. 아버지 세대로부터 시작되어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가 하나님의 그 크신 구원의 역사 안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믿음의 일 세대라 그런지 하나님께서 물질적인 축복도 많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돈 개념이 많이 부족해서인지 아직 큰돈이 오가는 일을 마주하지 않아서인지 모르지만 저의 삶은 넉넉합니다. 늘 배부르며 깔끔한 새 옷을 입고 다니기 충분합니다. 하나님께서 누리라고 이 모든 것을 주심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누림에 불편함은 늘 조금씩 스며듭니다. 아마 아르헨티나로 의료선교를 갔었던 기억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을 가운데에는 한 우물이 있었고 이제 막 들어오기 시작한 전기로 마을중앙에 전구하나 켠 곳에서 아이들은 기부 받은 화려한 색의 옷들을 입고 뛰놀곤 했습니다. 그 모든 것을 감싸 안는 하늘은 그림 그려놓은 듯 아름다웠습니다. 그 곳을 떠날 적엔 제가 가지고 있던 여벌옷들을 다 주고 왔었습니다. 그곳에서 선교하시던 선교사님께서는 늘 필요한 것이 없다고 하셨지만 계속 여쭤보니 콜라 한 캔 사달라고 하시곤 했습니다. 몸이 참 마르셨던 목사님이신지라 그 걸로라도 당을 채우셨으면 하는 생각을 종종했습니다. 아마 그런 기억들 때문에 도시에 저의 미래를 쉽게 맡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져 글로 옮겨 적다보니 시간은 더 늦어져서 결국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다시 누우려합니다. 배는 고프지만 하나님의 은혜 기억에 영은 배불리 잠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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