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구석구석 너를 기억 시키는 수많은 것들이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더라. 목욕할 때 사용하는 바디워시나, 책상에 앉으면 보이는 십자가도. 추억 상자를 괜히 꺼내보면 제일 먼저 보이는 너의 편지들. 생각해 보니 그 흔한 편지 하나 쓰지 않은 것에 내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기도 해.
아마도 이젠 이렇게 새벽녘 추억에 젖어 있는 날들이 많을 것 같진 않네. 당직 서는 날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서, 괜한 감성 가득한 호소문을 던지진 않겠지.
너는 다 잊고 잘 지내고 있을 거란 생각, 아니, 확신이 들어서 나 역시도 그 어떤 결말을 찾고 싶은가 봐. 같이 보냈던 모든 순간들이 너무 빠르게 지워지는 것 같아서 좀 서글프기도 하고. 사실 옆에 붙어서 시간을 많이 보내진 않았어도,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 많이 쌓였던 것 같았는데. 요즘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더라. 너를 잊는 건지, 그냥 인생 따라 많은 것들을 잊어 가는 건지.
내가 한참 밀어 놓고 뭐가 그렇게 아쉬운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미안한 걸 수도, 굉장히 보고 싶은 것일 수도. 그래도 항상 이야기 나눌 네가 있어서 그 순간 순간만큼은 행복했었어. 그러다가도 너무 어린 너에게 접근했던 것, 시작부터 잘못한 것 같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어서 제대로 된 만남조차 시작하지 못했던 것 같아. 정작 아무것도 모르고, 미숙하기만 한건 나였는데.
제일 아쉬운 건 혹 너와 다시 이야기를 하는 날이 온다 해도, 내가 알던 너는 그 때의 너 일 테고, 현재의 너는 이제는 그냥 모르는 사람일 것만 같아. 막상 다 쓰고 나니 어딘가 반짝하고 사라지는 글이 되었으면 하네. 한번 읽게 되면 사라지는 글처럼.
가끔 어디서 뭐 하는지, 짧게나마 소식 남겨줘. 어딘가 찾다 보면 발견할 수 있게. 항상 건강하길.